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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트페테르부르크의 추억

기사승인 2018.04.18  16: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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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익수 소장

사진첩을 정리하다 추억이 담긴 사진 몇 장을 발견했다. 십여 년 전 러시아 쌍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들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언젠가 이탈리아의 로마를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 회사일로 이탈리아 출장 중, 주말을 이용해 로마를 잠깐 방문했었다. 꿈에 그리던 로마의 건축물들과 박물관 내의 미술품, 조각품들을 돌아 보면서 인간의 능력이 과연 어디까지 인가를 생각하며 파란 하늘을 쳐다 본 적이 있다.

당시 나를 안내하던 현지인 매니저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나에게, 이 세상에 태어나서 로마 외에도 꼭 한번 가 보아야 할 두 곳이 있다고 했다. 그게 어디냐고 물었더니 하나는 체코의 프라하이고, 또 하나는 러시아의 쌍트페테르부르크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두 곳 모두 소련의 위성국가로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곳이었다. 그러다가 프라하는 1997년 폴란드 주재근무 시절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인터컨티넨탈호텔 주관, 전 유럽 실업인 아마추어 골프 대회가 프라하에서 열리게 되었는데, 폴란드 대표로 출전하게 된 행운을 얻은 것이다.

‘프라하의 봄’으로 잘 알려진 이 도시는 낭만주의 시대의 고딕 성당들과 바로크 궁전 등 고전적인 건물들이 자연과 잘 어우러진,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 같은 아름다운 도시이다. 특히 유럽의 3대 야경으로 알려진 볼타바강을 중심으로 한 카를교 주변의 밤 경치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리를 뜨고 싶지 않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2009년 9월, 3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세계여행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의 여행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짬을 내어 돌아보는 관광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일상을 떠나 자유로운 마음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여행이다. 여행지는 주로 평소에 가보기 쉽지 않은 동유럽, 서유럽으로 정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방문지를 그 동안 기억 속에 담아 두었던 러시아의 쌍트페테르부르크로 잡았다. 여행 첫날은 모스크바시내를 구경하고 다음날 쌍트에 도착했다. 쌍트페테르부르크는 로마나 프라하와는 또 다른 느낌의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이다.

18세기 약 200년간 러시아 수도였던 쌍트는 러시아의 서북쪽 네바다 강 하구에 위치한 자연 섬과 운하로 형성된 유럽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도시다. 이 도시에는 약 250개의 박물관과 50여 개의 극장, 그리고 80여 개의 미술관이 있다. 러시아인의 예술 자존심을 이곳에 온전히 남겼다고 할 만큼 도시 전체가 예술조각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 중에서도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에르미따쥐 박물관과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이삭 성당, 그리고 푸쉬킨 시에 위치한 예카테리나 궁전 등이 매우 인상적이다. 에르미따쥐 박물관에는 1057개의 방이 있다. 객실의 길이만 약 27km나 되며 고흐, 고갱, 피카소, 렘브란트, 모네, 미켈란젤로의 작품 등 수많은 걸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유럽 문화의 거대한 용광로이다.

에르미따쥐 박물관에는 약 250만여 점의 걸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를 자세히 보려면 5년이 걸린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주변에는 러시아의 안무가 이바노프가 백조들의 아름다운 날갯짓을 보고 백조의 호수 안무를 완성했다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 문호 푸시킨의 생가도 보인다. 그림이나 글로 묘사하기에는 단어가 부족할 만큼 아름다움과 화려함의 극치를 품고 있는 예술의 도시이다.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이 둘이 있다. 하나는 사랑이요, 또 하나는 여행이다.”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여행을 하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의 공통점은 무언가 끊임없이 배우고 느끼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삶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다. 누가 나에게 로마, 프라하, 쌍트 중 어디를 먼저 보는 것이 좋으냐고 물으면, 나는 서슴지 않고 쌍트페테르부르크를 먼저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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