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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낸 시간”에 대한 예의

기사승인 2018.10.17  16: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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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봉 대표이사

아침과 저녁을 지나는 숱한 나날들을 모두 “살아낸 시간”이라 한다면 우리는 살아낸 시간을 바탕으로 희망을 다시 엮어내는 존재이다. 살아낸 시간 속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존재한다.

누군가를 처음부터 모두 알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자신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정도로 가까워지면 서로 살아낸 시간들이 주는 아픔과 상처, 평온함과 동질감을 공유하게 된다. 그렇게 어느 순간 그동안 만남을 가져왔던 이들과 더 따뜻한 관계가 되어간다.

시대는 조금씩 달라도 살아낸 시간 속에서 겪어낸 상처를 실타래 풀 듯이 풀어 이야기를 나눌 때 전혀 상대방이 달라 보이기 시작하고 가까운 형제 자매애를 느낀다.

살아낸 시간 속에는 감정의 가장 핵이 되는 원한도 있고 비애도 있고 우울함과 외로움들도 있다. 그것들을 언젠가는 하나하나 지울 것은 지워가면서 또는 씻어내야만 하는 것들은 씻어내면서 살아가게 한다.

아주 반듯하게 살아가는 분이 있다. 만나면 참 반갑고 깍뜻하게 대한다.
상당한 사회적 명망도 얻고 역할로 성공했다. 참 오래 알아왔지만 가족사를 꺼낸 것은 처음이다. 가난한 시절, 술과 어머니를 박대했던 단명하셨던 아버지의 생애가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분이 아버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소찬이지만 얼른, 그리고 조용히 밥상을 차렸다.
사람이 어떤 시점을 이야기할 때는 표정이 달라 보인다. 그 감정에 예의를 바르게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된다.

상처를 이야기하고 나눔을 한다는 것은 치유의 시간이기도 하고 서로를 가깝게 한다. 그것도 집밥,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더 그렇다.

된장국에 밥을 먹으면서 결코 그의 이야기가 치명적인 솔직함이 아니라 그 자신과 아버지를 화해시키는 시간이라는 것을 믿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렇게 화해를 남겨놓은 부분이 가족사에는 존재한다. 최초의 사회였던 가족들과 잘 살아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도 있다.

못 다 푼 숙제도 있지만 한 참 후 언젠가는 누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지는 날이 오기도 한다.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는 말은 그렇게 믿는 사람의 몫이다. 상처와 이별하는 것도 자신의 힘이 그만큼 온유해지고 커질 때는 가능하게 된다.

‘살아낸 시간의 힘’을 통해 우리는 다시 살아간다. 그렇게 상처를 이겨내고 견디는 동안 어느 덧 그것은 또 누군가를 살리는 힘을 갖게 되기도 한다.

‘살아낸 시간들’은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위한 징검다리이며 기초이다. 그것을 긍정하고 믿으며 또 하루 하루를 살아보는 것이다. 올 한 해를 이만큼 살아냈다는 것도 알고 보면 기적이다. 스스로 설정했던 도달하지 못한 많은 성공의 영역들이 있을 지라도 그것도 여운으로 남겨둘 일이다.

삶은 우리의 얼굴을 변화시킨다. 하루하루 일상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보통사람이면 가장 족하다.
어쩌다보면 우리자신도 모르게 특별히 탐욕적이지도 않았는데 무엇인가 숙제에 사로 잡혀살기도 한다. 돈을 가진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생존의 문제와 외로움과 불안은 항상 크기만 다를 뿐 존재한다.

돈 걱정은 안한다는 이가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고 혼자 먹는 밥의 외로움을 전한다.
다 가진 것 같아도 인생은 사실 아무것도 가지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저 앞에 오는 것들을 반기고 지나가는 것은 놓아주어야 하는 것일 뿐.
우리 스스로 자신들이 “살아낸 시간”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잠시 지나가는 것이고 잠시 맡아있는 것이 물질이다.
요즘 좀 쌀쌀한 날씨라고 느끼면서 어떻게 겨울을 지내나 걱정이 살짝 되는 이야기들을 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부엌에 땔감을 뒷산에 가서 솔가루를 갈퀴로 긁어 조금씩 마련해놓고 날마다 가마솥에 불을 지펴가며 따뜻한 물을 데웠고 그 물 한바가지를 아껴가며 퍼서 아침 밥을 지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엌 가마솥에서 나는 밥 냄새가 그렇게 좋았다.

올 겨울이 춥다느니, 들려오는 소식들도 있지만 춥지 않았던 겨울도 없고 늘 삶에 있어서 감기는 지독했지만 그래도 다 건너왔다. 그리고 건너갈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있고 살아왔다면 무엇인가 있는 것이다. 살아낸 시간들의 기적으로 다시 태연하고 씩씩해질 일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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