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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떠나도 사과는 열린다.

기사승인 2018.12.12  16: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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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익수 소장

정년퇴임을 한지 한 해가 지났을 때의 일이다. 그 회사의 한 간부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장님, 다시 오셔야겠어요. 올해는 ‘RBPS 사과나무’에 사과가 하나도 안 열렸어요.” 다음 해, 이 친구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사장님, 다시 안 오셔도 되겠어요.

금년에는 튼실한 사과가 많이 열렸어요.” 어떤 해는 이처럼 사과가 많이 열리기도 하고, 안 열리는 해도 있다. 이유는 사과나무 주인인 신만이 아는 일이다.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고민이 많았다.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애착이 없고, 인원 변동이 많아 관리가 어려웠다. 부품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고, 납품된 부품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하여 수시로 사장이 모기업에 불려 가야 했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즈음, 나는 회사 현관 앞에 한 구루의 사과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사과나무 앞에 작은 돌 비석 하나를 세웠다.

“RBPS사과나무 경영은 임직원 전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영혁신 운동으로,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듯이, 좋은 품질은 깨끗한 환경과 깨끗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고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과나무 경영이론을 정립했다. 사과나무에 맛있는 사과가 많이 열리려면 줄기와 뿌리가 튼튼해야 하고, 뿌리가 깊게 내리려면 토양이 좋아야 한다. 그리고 광합성을 위해서는 태양이 있어야 한다.

회사에 비유하면 사과는 제품이다. 이파리는 공장이고 가지는 직원이며, 줄기는 간부와 같다. 뿌리는 기업문화이고 토양은 환경이다. 그리고 태양은 CEO에 해당된다.

사과나무에서 좋은 열매를 많이 맺으려면 토양, 뿌리, 줄기, 가지 이파리가 각각 유기적으로 제 기능을 다해야 하는 것처럼, 회사에서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전 조직원이 책임의식과 창의력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며 제 기능을 다해야 한다.

기업 경영의 핵심이 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직원들의 생각이 달라져야 회사가 달라진다.
사과나무 경영이론에 근거하여 회사의 비전을 만들고 사명, 전략을 수립하고 환경, 안전, 품질, 생산성, 원가를 혁신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직원 들을 교육했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사과나무 앞에서 경영방침을 설명하기도 했다. 솔선수범을 바탕으로 의식개혁을 위한 행동개혁 툴인 ‘전원 참여 아침청소행사’를 생활화했다. 그리고 각종 혁신 시스템을 정착시켜나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의 의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품질도 점점 좋아졌다. 직원들이 정성껏 가꾼 사과나무에는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함께 나누어 먹었다. 그로부터 3년 만에 회사는 모기업에서 벤치마킹하는 우수 기업이 되었고, 그 해 기업혁신대상 대통령상도 수상했다.

연말이다. 계획을 수립하는 계절이다. 회사는 사업 계획을 짜고, 정부는 예산을 수립한다. 그림을 그릴 때도 큰 그림을 먼저 구상한 다음 작은 그림을 그려야 원하는 그림이 되는 것처럼, 모든 계획을 세울 때는 단기적인 계획과 장기적인 계획이 연계되어야 한다.

근시안적인 계획만 가지고는 조직의 미래가 없다. 사과나무를 잘 키우고 골고루 나누어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품종의 사과나무를 많이 심어, 해마다 풍성한 사과가 수확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과가 많이 수확되면 나누어 먹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도자는 항상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조직을 생각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는 있을 때보다 떠난 자리가 더욱 아름다워야 한다. 사람은 떠나도 심어 놓은 사과나무는 해마다 열매를 맺는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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