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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무라면 메모는 꽃이다.

기사승인 2019.09.10  17: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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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익수 소장

나는 가끔 조찬 강연회에 참석하곤 한다. 조찬모임에 가면 고정 회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때그때 참석한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식사를 하면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곤 한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옆자리에 앉은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처음 뵙겠습니다.”명함을 내밀며 인사를 하자 “소장님, 지난번에 인사를 했는데요.” 얼마나 미안한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나를 아는데, 나는 기억을 못 한다. 난감한 일이다. 나는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 종종 이런 경우를 겪곤 한다.

그 후로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명함을 받으면 명함에 메모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만난 날짜, 만난 장소, 특이 사항 등을 명함에 기록해 놓으니 사람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책장에 꽂혀 있는 많은 책들 중에 어떤 책은 제목만 봐도 내용이 생각나는가 하면, 어떤 책은 읽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책도 있다. 어떤 차이일까? 책 내용이 잘 기억나는 책을 펴보면 곳곳에 밑줄이 그어져 있고, 빈 공간에 이런저런 메모가 보인다. 읽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책을 펴보면 다시 팔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책이 깨끗하다.

누구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달아나는 기억력을 잡아두는 방법은 무엇일까?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지독한 메모 광이었다. 다윈은 비준호를 타고 5년간 항해를 하며, 관찰하고 발견한 것들을 끊임없이 수첩에 기록했다.

비준호 항해를 마치고 영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자신이 기록한 내용을 끊임없이 읽으며 새로운 암시를 찾아냈다. 예전에 기록한 내용을 읽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새로운 사실들을 다시 기록하며 연구했다.

그가 칼라파고스 궤도를 탐사하면서 만난 각종 동식물에 대해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종의 기원>은 출간되지 못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독서가이면서 동시에 메모 광이었다.

다산 정약용은 책의 여백에 메모를 한 것뿐만 아니라, 책의 중요한 내용을 수집하기 위해 초서(抄書)를 사용했다. 초서란 책을 읽다가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발췌하여 옮겨 적는 것이다. 정약용의 또 다른 메모 독법은 질서(疾書)이다.

책을 읽다가 번쩍하고 떠오르는 생각과 깨달음이 달아나기 전에 재빨리 종이에 메모하는 것이 바로 질서이다. 정약용은‘초서’를 통해 모아둔 자료와‘질서’를 통해 쌓인 생각의 재료를 가지고 글을 썼다. 정약용이 500여권의 책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메모 독서의 덕분이다.

메모 독서는 책에서 언어의 원석을 채굴하는 작업이다.“독서 노트는 언어를 캐내는 작업이다.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언어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언어가 풍부해야 한다. 독서 노트는 내 삶을 변화 시키기 위한 언어의 원석을 캐내는 채굴 작업과 같다.

독서노트에서 채굴한 언어를 삶에 녹여내고 담금질하면 비로소 자유로운 삶을 쟁취하기 위한 무기로 탈바꿈할 수 있다.”신정철의 <메모 독서>에 나오는 말이다.

언어는 우리 삶의 무기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도 언어로 구성된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과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풍부해야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핵심문장, 나중에 인용하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치고, 책장의 여백에 나의 생각을 메모하고, 중요한 문장을 필사하고, 독서노트를 쓰는 메모 독서를 꾸준히 하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풍부해지고 책 속 정보와 내 생각이 쌓여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이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작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메모 독서가 독서의 효과를 배가 시킨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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