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수(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김포새희망포럼 대표 |
역사 이래 처음으로 풍요의 땅, 생명의 땅 한강하구에 자리잡은 김포, 강화, 파주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돼지 생명체들이 살처분되고 생매장되는 끔직한 일이 발생했다. 자연재난으로 생매장당하는 돼지나 이를 살처분해서 땅에 묻어야 하는 사람이나 모두 참기 어려운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다. 한달이 일년처럼 정말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김포시는 10월 10일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의 확산을 우려한 정부당국의 강력한 조치에 부응하여 강화도, 파주시에 이어 관내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고 수매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김포시 통진일대의 5키로 반경에 있는 23개 농가 4만 5763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경계밖 3천여 마리도 수매처분했다고 한다.
살처분 후에도 김포시 공무원들과 양돈 농가 관계자들은 지친 몸들을 쉬지 못하고 초지대교 등 24곳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매몰지역 오염방지 등 마지막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우울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자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협조해 온 양돈농가들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참담한 심정이다.
또한 ASF 발병으로 지역내의 모든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양돈농가와 지역의 상권과 관광산업 전반이 입은 타격을 생각하면 말문이 막힌다. 사실상 지역적 재난사태이자 국가적 재난사태에 준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양돈농가에 대한 보상과 함께 김포, 강화, 파주, 연천 등 피해지역에 특별교부세 74억을 지원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특교세로 강화군에 18억, 파주시에 26억 5천만원, 연천군에 20억 5천만원, 김포시에 9억원이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 경기북서부 지역이 입은 직간접적인 피해는 물론 앞으로도 몇 달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경제 침체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강구되었으면 한다.
첫째, 정부와 지자체는 ASF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양돈농가에 대해 생계안정자금 지급, 살처분 보상금 현실화를 추진하고 업종 전환시 이에 대한 경영지원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였으면 한다.
둘째, 김포시 등 한강하구 4개 지자체와 의회는 ASF의 소리없는 바이러스 폭격으로 침체된 김포, 강화, 파주, 연천 등 경기 북서부의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한 특별대책으로 태풍피해 지역처럼 “자연재해 특별재난지역”을 정부에 건의했으면 한다.
정부는 이들 피해지역 지자체의 건의를 적극 검토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의 자연재난 특별재난지역으로 김포ㆍ강화ㆍ파주, 연천 등 4대 접경지역을 선포하여 충격에 빠진 이들 지역경제가 빠르게 안정되도록 도왔으면 한다.
2018년 개정된 ⌜재난 기본법⌟에 의하면 태풍피해만이 아니라 조류, 전염병 등으르 자연재난이 발생해도 읍ㆍ면ㆍ동 단위로도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가능하도록 법개정이 이루어져 있다.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이들 지역에 대한 특별 대책이 강구되었으면 한다.
ASF 긴급행동지침 살처분 요령에는 동물보호법 제10조에 따라 전살법, 타격법 등 동물의 즉각적인 '의식소실'을 유도하고, 의식이 소실된 상태에서 절명이 이루어져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동물을 일시에 처리해야 하는 현장에서는 규정을 완벽하게 지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살처분을 진행할 당시 곳곳에서 동물들을 산채로 매장하거나 중장비로 돼지들을 가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한다.
넷째, 전문가들에 의하면 구제역과 이번 ASF 사태에서도 보여지듯이 가축질병이 증가하는 원인은 공장식 축산에 상당부분 기인한다고 한다. 앞으로 날로 증가하는 가축전염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선 공장식 축산을 지양하고 육식과 채식의 조화를 통한 바른 식생활 문화가 정착되도록 민관이 협력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자연의 모든 동식물도 사람처럼 소중한 생명체이고 삶을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돼지도 개와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이기도 하다. 자연재해로 인하여 하늘이 부여한 자신의 운명을 다하지 못하고 울부짖으며 비참하게 죽어간 돼지들의 고통이 천지를 뒤흔들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환각상태 등 깊은 상처와 고통을 받았다. 김포시는 물론 이들 4개 지자체는 사태가 마무리되면 지역별로 돼지동물 진혼제를 추진하고 청정지역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웠으면 한다.
이회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mr@gimp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