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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인이 되고 싶다

기사승인 2019.12.12  0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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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인이 되고 싶다
 
                                       김정자
 
누군가의 마음에
감당하기 힘든 큰 불이 났을 때
한 편의 시로 서서히 잠재울 수 있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에
두꺼운 문이 굳게 잠겨 있을 때
한 편의 시로 마음 문을 열 수 있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에
앙상한 가시만이 남아 있을 때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이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을 만큼
절망의 늪에 빠졌을 때
한 편의 시로 마음을 밝히는
그런 위로의
시인이 되고 싶다.
 
 
[작가프로필]
월간 [문예사조] 등단, 김포문인협회감사 역임, 김포문학상, 문예사조문학상, 경기문학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또 하나의 길] [때때로 내가 타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와 동인시집 [광화문을 지키는 시인들] [볍씨를 수놓듯] 등이 있다. [시 쓰는 사람들] 동인. 정진학원 원장.

 
[시향詩香]
살아가면서, 살다보면 기분 좋은 일보다 서운하고 쓸쓸한 기억이 한 눈 끔 더 높게 각인되어 있는 것에 멈칫 할 때가 있다. 그런 것처럼 일상이 궁핍에 들면 누구에게서라도 잠언의 경구 같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게 말을 해도 좋게 들리지 않고 때로는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 도리어 상처가 될 때가 있다. 귓등만 스치고 사라지는 빈말의 공허, 하여도 빈말이면 어떠랴, 측은히 여기는 속마음이면 더 없을 것을. '이런 시인이 되고 싶다.'는 시인의 직설적 표현이 거침이 없다. 강한 듯 유연한 문체,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온유한 연륜에서 오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하고 오지랖을 펴본다. 유순하면서도 결연한 결단, 시인은 명료한 현실적 실상을 연연마다 여리고 눌린 영혼을 위로하고자 한다. 기꺼이 디딤돌이 되어주겠다는 당찬 자기희생을 스스로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자칫 쓸쓸할 수 있을 세밑이 따뜻한 이유이다.
 
글 : 송병호 [시인] 

 김정자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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