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현 시의원 |
구룸이 무심(無心)탄 말이 아마도 허랑(虛浪)하다.
중천(中天)에 떠 이셔 임의(任意)로 다니면셔
구태여 광명(光明)한 날빛을 따라가며 덥나니.
<함께 감상하기>
고려 시대 이존오의 시조로 구름이 사심(邪心)이 없다는 말은 허무맹랑한 거짓말이다. 하늘 높이 떠 있어 마음대로 다니면서 구태여 밝은 햇빛을 따라 가며 덮는구나라는 내용의 노래이다.
고려 말엽 승려인 신돈이 공민왕의 총애를 받아 진평후라는 봉작까지 받았으나 왕의 총명을 흐리게 하고 국정(國政)을 어지럽혔다. 이를 한탄하여 ‘구룸’을 신돈으로, ‘날빛’을 공민왕의 총명으로, ‘중천(中天)’은 임금의 총애를 한 몸에 지닌 높은 권세를 비유해 지은 풍자적 성격의 시조이다. ‘구룸이 무심(無心)탄 말이 아마도 허랑(虛浪)하다.’ 여기에 구름이 제 마음대로 떠다닌다는 것은 고려말 간신 신돈의 횡표에 대한 우의적(㝢意的)인 표현이다. ‘구룸’으로 비유된 신돈 일파를 못 믿겠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이 작품의 입장으로 보자면 이존오는 충신이고 신돈은 간신이다. 물론 신돈의 입장으로 보자면 이존오가 간신이 될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입장으로 기술된다는 말이 있다. 2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막상 이십대의 꿈인 정치인이 되니 이 시조가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지금은 봉건사회의 왕조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 권력을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충신 프레임과 간신 프레임은 여전히 유효한 프레임이다. 그리고 신돈과 같은 간신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권력이 있는 한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다만 예전에 비해 오늘날은 간신에 의해 부패하고 민주적이지 않은 권력을 시민이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민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 해를 가리는 구름은 한 순간이다. 바람이 불면 구름은 해를 가릴 수 없다. 구름은 바람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 바람, 그것은 시민의 힘이다. 결국 시민의 힘을 이기는 간신, 권력은 없다.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