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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에 답이 있다】 <28>

기사승인 2020.07.08  09: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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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강현 시의원과 함께 고시조 읽기

   
▲ 오강현 시의원

작은 거시 노피 떠서 만물(萬物)을 다 비취니
밤듕의 광명(光明)이 너만 하니 또 잇느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함께 감상하기>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 중에서 여섯 번째 시조로 ‘작은 것이 높이 떠서 세상 만물을 다 비취니, 밤중의 광명 중에서 달만 한 것이 또 있는가. 세상을 모두 비춰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을 하지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라는 내용의 노래이다.
 
작자는 오우가(五友歌)를 통해 자기가 사랑하는 자연의 벗으로 물[水], 돌[石], 솔[松], 대[竹], 달[月]의 다섯 가지를 들어 그 전체적 의미를 6수의 시조에 전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꽃과 풀의 생명이 짧은 데 대하여 바위의 영원성을 찬양한 것이다. 꽃이나 풀이 가변적이고 세속적이라 한다면, 바위나 돌은 영구적이고 철학적이다. 꽃이나 풀이 부귀영화의 상징이라 한다면, 바위는 초연하고 달관한 군자의 풍도(風度)이다. 작자는 거울같이 맑은 마음으로 바위를 바라보면서 바위같이 변하지 않는 절개와 신념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사물들을 문학적으로 비유와 상징을 통해 이미지화 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할 것이다. 고산은 오우가를 통해 다섯 사물을 친구로 비유하였고 특히 달은 광명, 과묵의 벗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깊은 밤 조용히 달을 응시하다 보면 그리운 사람들이 자주 떠오른다. 부모님을 비롯해 내 곁을 떠나간 사람들이 밤하늘에 하나 둘 그려진다.
 
어제는 39년 전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날이었다. 늦은 시간,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참 예쁘게 떠 있는 보름달을 보았다. 그런데 내가 힘든 상황이라 그런지 달을 보면서 어머니께서 웃으며 아들아 힘내라고 응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힘내자. 힘을 내자.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최근에 내가 썼던 시 한편이 떠올랐다.
 
바닥에 떨어지니/ 바닥이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바닥은 시작이다/ 새로운 출발이다/ 바닥에 떨어지니/ 곧 벼랑 끝인 줄 알았다/ 바닥은 하늘처럼/ 두 팔을 벌린 엄마 품이다/ 다시 걸음마부터 처음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앉아 막 잎을 내민/ 새싹을 본다 그리고/ 높은 하늘을 바라본다/ 아, 마음이 한결 편하다/ 비우면 더 편안해지는 것/ 처음은 잃을 것이 없는/ 희망뿐인 것을 _ 『다시』
 
누군가의 눈썹처럼 생긴 초승달은 빛이 환하지 않지만 앞으로 채울 것만 남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결국 어둠을 밝히는 꽉 찬 보름달이 된다. 초승달을 보면 시작의 의미를, 보름달을 보면 꽉 찬 성숙과 풍요의 의미를, 그리고 언제나 그리운 이를 떠올리게 하는 달, 그런 달을 보면서 변함없이 누군가 나를 비춰주고 있다,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힘들게 살아가는 삶에 작은 위로와 힘이 되지 않을까.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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