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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면”을 불러내다

기사승인 2020.09.21  10: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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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봉 대표이사

요즘몇 차례 쫄면을 먹었다.

오래전에 80년대 그렇게 즐겨먹던 음식이다갑자기 어느 날 그것이 생각났다그런데 모두가 좋아한다서로 야채를 씹는 사각거리는 소리를 즐겁게 느끼며 웃는다. 3.800원 짜리 한 봉이면 뚝딱 요리해 네 사람이 먹을 수 있다쫄면하면 떠오르는 청년시절이 소환되어 잠시 활력이 돌아옴을 느꼈다새콤달콤한 고추장 맛을 더해 더욱 질리지 않는 맛에 쫄면을 삶아내고 비벼먹으며 잠시나마 현실을 잊었다.

정말은 쫄면을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 어려운 시간은 어디쯤으로 회귀한 것이며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좋을까 하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어렵다고 느낄 때는 힘차게 살던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이왕이면 기운을 덜어내는 일은 모양이라도 버리고 그래도 활력과 살 수 있는 방향으로 기운을 모아야 한다

음식 한 가지 속에도 그 시절의 풋풋함과 희망이 담겨져 있을 수 있다웃어도 웃는 것이 아닌 순간이 있고 울어도 우는 것이 아닌 순간이 있다그럴 때 우리는 더 어려웠던 역사와 삶을 돌아보며 허리끈을 다시 매게 된다

경제에 마음이 오그라들고 당황스런 주름이 늘지만 그렇게 생기와 면역을 길러야 한다.  지난 시절도 우리는 삶의 구비구비 수도 없이 넘어졌고 또 수도 없이 일어섰음을 기억한다.

우리 세대도 또 이어져가는 세대들도 그토록 넘어져도 서서히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모습으로 단련되어가길 기도한다누군가에게 힘들다고 털어놓는 힘만으로도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더 중요해지는 것이왕이면 내 옆의 사람에게 말 한마디로라도 덕을 쌓을 일이다

순간 순간 더욱 절절하게 아름다운 세상의 순간이 있었다.

아침결 가을하늘에 붓으로 터치하고 뿌려놓은 듯 그렇게 하얀 구름이 펼쳐있음을 보았다잠시 더 바랄 것이 없는 듯한 천상의 기운을 받았다

 “거리두기”라는 이 시대의 새로운 언어와 삶이 우리 생활의 강력한 영향력이며 바로미터가 되면서 먼저 우선 할 것들의 순서를 더욱 돌아보게 된다.

모든 것에 있어서 더 투명해야 한다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들우리를 튼튼하게 하는 것들잊고 살아온 것들과 다시 돌아가도 좋은 것들은 무엇일까

사는데 있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가 않았다는 것을 진정 알게 되면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는 일에 시원함을 가질 일이다.  너무 겉모양만 분주하게 살았음으로 바빴던 날들도 간다 

시간적 공간적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위협반응을 뚜렷하게 감지하면서 예전보다 때로는 예민하게도 된다

꾸준하게 공부하던 아이가 말하길 “어차피 죽을 텐데 이렇게 날마다 힘들게 공부하는 것이 맞느냐?”고가족 앞에서 그런 말을 해서 놀란 아버지의 두 눈에 눈물을 쏙 빼게 했다는 소리를 듣는다어떻게 당돌하다고 말하기에는 지금 이 세상이 그렇다.

우리 아들도 이른 아침부터 날마다 걷게 된지 꽤 오래 되었다. 아들이 이른 아침에 걷다가 고함소리에 놀라 달려가보니 한 여성이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을 지나던 두 남성이 옷자락을 붙잡고 살리려 씨름 중이더란다단숨에 올라가 셋이 힘을 합해 구해놓고 나니 그 여성이 대성통곡을 하고 경찰도 오고한편마음으로 ‘지금 같은 시대에 누구나 그런 마음 한 번 안 먹어보았겠나’ 싶더란다

하루종일 좋은 일 하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했다지난 번에도 어떤 자리에서 순간에 옆 테이블에서 나무 쓰러지듯이 ‘쿵’하고 넘어간 사람을 인공호흡을 해서 숨을 토하게 했다는 이야기다왜 그런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눈에 띄게 되는 지 개인적으로 솔직히 좋지만은 않은 기억이란다.

어쨌든 힘든 경험이라 조심스럽게 좋은 일 하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삶이 지금 얼마나 순간에 멈추어 설 수 있는지 생생하게 알아버렸다.

작디 작아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의 위력에 확진자의 숫자에 가슴이 조여오는 시절에저절로 거리를 걷다가 혹은 앞에서 사람이 오면서로 거리두기로 걸음 간격을 맞추거나 외면한다.  어색하기도 하고 인간자체가 무서워 피해야 하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 굉장히 무서운 세상사다.

시대의 방향이 확실히 새로운 물결의 시대로 떠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가까이 하기엔 현실에서는 거리를 두어야 하고 다소 멀어야 안심이 되는 관계 안에서 사람이 살면서 해야 하는 생활방식과 문화는 한 치앞도 모르는 현실 안에서 다시 삶의 방향을 찾는다.

눈 앞이 환해지고 밝아지는 느낌의 아침이 되면 뭔가 신나서 뛰어나가도 될 것 같은 날들이 정말 꿈이 된 걸까?  

편집국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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