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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에 답이 있다】<39>

기사승인 2020.09.23  09: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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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강현 시의원과 함께 고시조 읽기

   
▲ 오강현 시의원

눈 마자 휘여진 대를 뉘라셔 굽다턴고.
구블 절(節)이면 눈 속에 프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함께 감상하기>
 
이 작품은 원천석의 작품으로 ‘눈을 맞아 휘어진 대나무를 누가 굽었다고 하던가. 굽힐 절개라면 눈 속에 어찌 푸르겠는가. 아마도 한겨울의 추위를 이겨 내는 절개를 가진 것은 너, 대나무뿐일 것이다.’라는 내용의 시조이다.
 
이 노래는 은둔하면서 절개를 지키려는 고려 유신들의 높은 우국충절을 노래한 작품이다. 언제나 곧고 눈 속에서도 푸른 대나무를 통하여 어떠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작자의 굳은 의지를 내 보이고 있다. 회고적, 절의적 성격의 이런 노래를 지절가라고도 한다. 그래서 이 시조의 주제는 고려 왕조에 대한 충절의 다짐으로 볼 수 있다.
 
대나무는 어떻게 세찬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절개를 지킬 수 있을까. 최근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중국 극동 지방에 가면 모소 대나무라는 것이 있다. 이 대나무는 씨앗이 뿌려진 후 4년 동안 다른 대나무에 비해 자라는 속도가 느려 고작 3cm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이 대나무는 4년 동안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다가 5년이 되던 해부터 매일 30cm씩 성장하며, 6주차가 되면 그 자리는 순식간에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루게 된다. 모소 대나무는 4년 동안 미동도 없다가 6주 사이에 놀라운 성장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난 4년이 땅속에서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어느 순간 엄청난 성장을 하는 것이다.
 
이런 대나무와 얽힌 이야기를 읽으면서 원천석의 시조에 나오는 대나무가 중국 모소 대나무는 아니겠지만 모든 살아있는 생명은 이런 뿌리를 내리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눈에 띄는 성과의 열매는 없지만, 무엇이든 도약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시기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삶을 살면서 무언가 열심히 노력하는데 성과가 없을 때 쉽게 좌절하거나 조급해하지 말자. 사실 살아서 움직이고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성장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외연으로만 보이지 않을 뿐 지금은 아래로 뿌리를 더 깊숙이 내리고 있는 것이다. 노먼 프랜시스가 남긴 말이 있다. 모든 꽃이 봄의 첫날 한꺼번에 피지는 않는다. 즉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나 더 성장하기 위한 통과의례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삶의 과정에서 고난이 나에게 왔을 때 이를 극복할 힘, 그것은 이런 4년 동안의 기간이 있기에 눈 속에서도 푸르고 시련 속에서도 극복할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성장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마이너스 성장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각 영역에서 지금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더 성숙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오늘의 이 시련이 우리 공동체가 가까운 미래에 매일같이 30cm씩 쑥쑥 자라기 위한 내실다지기 기간으로 생각한다면 오늘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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