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첫 기일에
최다예
"예쁜 걸로 골라왔어!" 과일을 닦는 나를 보며 남동생이 한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이 삼남매의 막내이자 장남이다. 아버지, 당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하나뿐인 아들을 늘 부족하게 여기시며 만족해하지 못하셨다. 그런 아버지의 지나친 관심 속에서 간섭이라 여기고 힘들어 했던 동생,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더 다정히 대해주려 애썼지만 나 역시 늘 부족했다. 가장이라는 이유로 책임감이 크셨던 아버지, 아들이라는 이유로 어깨가 무거웠을 남동생, 그 둘이 첫 기일이라는 약속된 날에 만났다.
"예쁜 걸 골랐다"는 말 한 마디에 동생의 마음이 보인다. 살다 살면서 마음을 보인다는 것은 참 힘든 일, 그러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응어리를 푸는 데에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을, 주르르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이 단순한 참을 알려준다. 흐려진 눈가를 젖히고 아버지의 사랑도 보였다.
[작가프로필]
계간 [스토리문학] 동화 신인상, 전)김포문인협회 사무국장, 시낭송가, 김포문학성본상, 어린이범죄예방 창작공모전 최우수상, 김포예술인시장표창장, 2015 지도자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집 [여섯 번 째 우화] [때를 기다려 꽃은 피나니] 외, 김포문인협회 회원
[시향詩香]
부모는 하늘에서 자식을 선택받는다고 한다. 경전에 의하면 특히 첫 자식은 신이 정한 부모에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 했다. 요즘은 많이 변했지만 아마 기업을 이을 것이기 때문일 테다. 어디 자식뿐이랴 사람은 누구라도 '첫'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첫은 좋은 것 같기도 하지만 환경과 생각에 따라서는 짐이 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첫에 대한 의미는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가장 앞자리에 배치된다. 작가는 아버지의 첫 기일에 즈음하여 가족사의 한 페이지를 첫에 대한 무게로 서술한다. 그 무게는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우리의 것이며 내 것인 것이다. ‘예쁜 것을 골랐다’는 것도 첫이다. 자연의 이치야 누구는 돌아가고 누구는 새로 오지만 그 연緣에는 가족이라는 거룩한 고리가 존재한다. 가늘게 내린 향불이 환한 방, 무심히 바라보는 첫 기일의 촛불 한줄, 아부지는 잘 계신지? 언제쯤 기별이 올까
글 : 송병호 (목사/시인)
최다예 mr@gimp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