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
김남조
예수님께서
순교현장의 순교자들을 보시다가
울음을 터뜨리셨다
나를 모른다고 해라
고통을 못 참겠다고 해라
살고 싶다고 해라
나의 고통이 부족했다면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련다고 전해라
[작가소개]
작가는 1927년생으로 우리나이 95세다. 지금도 손거울을 보고 화장을 고치시는 현숙한 여성이기도 하다. 굳이 무엇을 옮겨 소개할까. 당신의 삶은 글을 쓰되 하나님과의 대화이다. 겸손과 사랑이다. 2017년 가을에 펴낸 시집 [충만한 사랑] 그 자체이다.
[시향]
유월은 호국의 달이다. 무엇에 목숨을 걸었을까? 가벼이 정의할 수 없다. 그동안 필자는 여러 시를 소개하면서 종교적 색체가 들어간 작품은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뿐만 아니라 두 권의 시집을 내면서도 그랬다. 한편 처음 선생님의 시를 대한 것은 십대로 당시 잡지 학원, 여학생 등에서 펜팔을 모르면 왕따 당하는 때였다. 그 시기에 선생님의 시를 많이 인용했던 기억이 새롭다. 선생님의 시는 언제나 하나님과의 대화다. "순교"에서도 예수님은 당신의 현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자기를 부정하지 못하고 박해를 받는 고통을 보면서 교권주의자들은 '차라리 살고 싶다'고 말하라는 그들의 말은 어쩌면 지극히 인간적인 성정일지 모른다. 그 인간적인 이면에는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이 숨어 있다. 오히려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고통이 부족하여 너희가 더 큰 고통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당신의 고통과 사랑이 부족하여 너희가 큰 아픔을 겪는다는 것이다. 사랑은 이런 것이리! 원로시인의 신앙고백이 아니더라도 기독교의 본질적 메시지는 작은 자로 섬기는 사랑이다.
글 : 송병호 [시인/평론가]
김남조 mr@gimp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