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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의 시선

기사승인 2022.06.23  18: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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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이든 동물이든 내 생명 안으로 들어와 내가 된 것들에 대한 예의

유인봉 대표이사

이른 아침의 시작은 닭들의 "꼬끼오" 울음소리가 제일 먼저이다. 빛을 민감하게 느낀다는 닭은 잠에서 깨어나 본능적으로 울어댄다고 한다.

여름, 새벽 4시30분 쯤이면 벌써 일어나 날개를 벌리고 탁탁 홰를 치고 내려와 사람보다 아침을 먼저 시작한다. 닭들의 힘찬 울음소리는 아침의 시작이고 제법 "사람 사는 집"이라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른 아침 뽑아둔 텃밭의 풀들도 모두 닭에게는 맛있는 조찬이다. 특히 수탉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멋이 있다. 먹는 데에도 순서가 있다. 절대 자기가 먼저 먹이를 먹지 않는다. 하여 “우리 집의 수탉은 진정한 수탉의 품위(?)를 지녔다”고 늘 말해오는 중인데 이를 듣는 이마다 무슨소리인가 하여 웃는다.

“진정한 수탉이라니?”

왕수탉은 아무리 좋은 먹이를 주어 봐도 먼저 먹는 법이 없다. 반드시 ‘구구’소리를 내서 암탉들을 불러 모으고 먼저 먹게 한다. 자신은 암탉들이 먹고 있는 그 주위를 빙빙 돌면서 살펴보다가 다 먹고 난 후에야 가장 나중에 남는 걸 먹는다.

그런데도 덩치는 늘 암탉보다 두 배는 크다. 암탉이 먹는 것은 그냥 둔다. 다른 수탉 두 마리가 더 있는데 왕수탉에게는 쩔쩔맨다. 먹이를 먹을때도 왕수탉의 눈치를 보며 먹다가도 이내 쫓겨다니는 모양새이다. 닭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사람살이’가 생각나, 견주어 보며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어릴적 닭들을 키우던 어머니는 아침밥을 하러 쌀을 떠 가지고 나오시다가, 한 줌을 마당에 뿌려주며 “구구 구구구”하시면 닭들이 달려와 쪼아 먹었다. 그렇게 풀어 놓아 기르던  닭들은 마당에서 하루 종일 벌레도 먹고, 풀도 뜯어 먹으면서 자라며 알을 낳고 품어 또 병아리를 까기도 했다. 

아침이면 내려오고 알아서 저녁이면 소 외양간 위 홰로 올라가 잤다. 그렇게 눈길을 주며 키우던 녀석들이 가족의 생일상에 올라오기도 했으니, 어머니는 스스로 기르던 닭을 잡아 무쇠솥에  고아 내서 밥상에 올리기까지, 참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걸 요즘 더 새록새록 느낀다.

우리 집 암탉들은 하루 서너 개씩 푸른빛이 나는 껍질을 가진 청계알을 낳는다. 여름인 요즘은 알을 부화하기 좋은 때라 얼른 알을 꺼내오지 않으면 이내 품고 자연부화를 하려고 앉아있는 폼새다. 먹이를 쪼아 알뜰하게 먹을 때의 암탉과 알을 품고 앉아있는 둥지의 꼼짝 않는 암탉은 엄청 달라보인다.

시선을 고정한 채 먹이도 잘 먹으려 하지 않고, 거의 종일 알을 품고 앉아 있는 암탉의 시선이 참 예사롭지 않다. 생명을 낳으려는 수고가 대단하다.

그렇게 단단히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닭에게 '알 좀 먹자, 내어 달라'고 할 수가 없이 손이 부끄럽다.  닭장문을 열었다가 이내 살며시 닫아주고 돌아서기가 여러 번이다.

 풀도 주고 물도 준비해 놓아 보지만 알을 품은 암탉은 전혀 주위를 개의치도 않고, 오직 알을 품고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금식으로 보낸다. 참 대단하다.

사람이나 닭이나 생명을 피워내려는 모정이 참 닮았다. 닭이 꿈쩍도 안하고 먹거나 마시지 않고 21일이 지나면, 암탉의 품속에서 새 생명 병아리가 나온다. 그 기간에는 아무리 닭이라고 해도 함부로 하지 못하고 존중하게 된다.

꿈쩍도 않고 먼 산을 무심하게 응시하는 인내가 신비하다. 더위에도 불구하고 잘 먹지도 못하고 알을 품고 앉아 있는 시간을 통해서 새 생명이  오는 거다. 

세상사,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이 대를 이어 나오기까지는 누군가의 엄청난 수고와 인내가 바탕이다. 그렇게 생명은 생명의 대를 이어간다.  

닭들을 관찰하며 많이 보고 배운다. 내가 먹던 밥풀을 같이 먹으니 생각해 보면 한 식구다. 야채 껍데기라도 알뜰하게 나누어 주고 돌아서면, 다음날 닭은 알을 낳아 신선하게 돌려주면서 갚는다.

나는 찌꺼기를 주는데 닭은 생명의 씨앗이 들어 있는 알을 낳아 준다. 그것이 신비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툭 깨서 계란 후라이를 하다가도 이 알을 암탉이 품으면 병아리가 되고, 이어 닭씨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 남의 목숨이 내 생명이 되는 한 끼의 식사가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알아차리게 된다. 

풀이든 동물이든 내 생명 안으로 들어와 내가 된 것들에 대한 예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먹고 생명이 되고 순환이 되는 질서 안에서 나도 한 개체인 것을 권력자인 듯, 한 순간이라도 오만방자하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럽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의 질서와 생존을 존중한다. 대자연의 원리를 따르며 사는 삶이 생명의 길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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