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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안 해도 설명이 되는”설 명절

기사승인 2018.02.13  11: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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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이사

   
▲ 유인봉 주)미래신문 대표이사

영하 9도라는 일기예보지만 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니 추위에 용감하게 된다.
평창올림픽의 감동과 환타스틱한 이미지를 가슴에 안고 나니, 내일 모레 앞으로 다가온 ‘설날의 기운’과 어우러지며 어린아이가 반기듯이 그렇게 좋다.

한국 사람들에게 설 명절은 ‘설명을 안 해도 설명이 되는 날’이다. 그렇게 줄을 지어 길게 많은 시간이 걸려도 기어이 고향의 문턱을 향해 마음도 몸도 행진을 이어간다.

좋아도 가고, 가야 해서 가고, 비록 객지에 나가 성공을 못했어도 조상들이 살던 고향 숨결을 느끼며 다시 살아 돌아오는 기운을 얻는 복된 날이 아닐까!

가끔 무슨 말이 필요치 않을 때가 있다. 설명을 안 해도 서로 알게 되는 것들 말이다.
설명을 안 해도 되고, 서로 저절로 하게 되고, 설명을 넘어서는 것들이 있다. 

부모님의 사랑이 그렇고, 자식을 길러내는 마음이 그렇다. 어떤 일들은 모두 다 너무 이해가 되어서 가슴이 터질 것 같기도 하다. 
설날이 되면 지금도 고향의 큰 집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 집보다는 더 윗동네에 살았던 큰 아버지네는 언제나 가난 했지만 평화가 있었다. 설 명절이면 우리집 보다 더 작지만 큰집에서 보내는 설 명절, 하얗게 밤을 새우듯이 서로 좁은데서 자보기도 하는 즐거움은 남달랐다. 

하얀 앞치마를 두른 큰 어머니는 키가 작으마하시고 생전 화를 내시는 것을 못 보았고 열두 달 수많은 조상의 제사를 정성을 다해 모시던 생각이 난다. 우리 어머니한테 혼나면 도망가듯 큰 어머니의 앞치마 속으로 파고 들면 상황 끝이었다. 

앞마당에 배나무가 있고 다락엔 언제나 제사를 위해 아껴둔 곳감, 대추, 맛있는 엿도 있었다. 큰 집에만 가면 늘 특유의 냄새가 밴 다락방에 눈길이 가곤 했다. 

어느 해였던가, 몰래 다락을 빼꼼이 열고 곳감 하나 몰래 꺼네 먹으려다 그만 큰 아버지 벼루를 건드렸다가 경을 친 일이 있다. 일가친척들이 설날 세배하고 떡국을 둘러 앉아 먹던 일이 엊그제 같기만 한 정다운 그림이다.

중요한 절기들과 기억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저장된 기억이지만 마치 지금도 코 끝에 닿는 그리움의 냄새 같은 것으로 향기가 난다.
설날의 그 그리움을 어디다 비할까!

지금은 친척집에서 자본다든지, 이웃사촌이란 것도 쉽지 않아 외롭기 그지없는 삶이다. 물질의 풍요는 다 갖추었는지 몰라도 별을 헤이던 향수는 모른다. 
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픈 그림이고 그때는 어려웠지만 돌아보면 삶의 진수 그 자체인 것들도 많다. 
시간이 더 흘러 우리 아이들의 향수는 무엇이 될까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설날이 주던 가슴 두근거리는 기다림을 요즘의 영악한 아이들이 알까?
형제지정을 알기까지 양보도 해야 하고 때로는 토닥토닥 싸워도 한 방에서 어울리며 살아가던 형제자매들의 설명이 안되지만 설명을 넘어서는 우정어린 사랑도 있다. 

이제, 선대들께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켜 우리에게 이어 주었듯이 손자들에게도 그런 그림을 가슴에 그려줄 행복한 환타지를 품어 보련다. 야무진 꿈이라고 해도 좋다. 행복했던 것들을 토대로 그려보는 그림은 그 자체로 신나는 기운이다.  

설명을 안 해도 설명이 되는 그런 설날의 그림들, 내 몫의 양말 한 짝의 설빔도 가슴 두근 거리며 꼬옥 끌어안았던 값진 날들이었다. 여섯 켤레의 양말을 준비한 부모님께 투정이란 있을 수도 없었다. 

유산이란 돈으로만 받는 것만은 아니다. 당당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법, 형제간에 우애 있게 살아가는 것들, 논리 정연한 선생님이 아니어도 우리들의 부모들의 하루하루는 가르침의 세월이었음을 이제는 설명이 없어도 알게 된다. 

세월이 가면서 일부러라도 입춘도 찾고 설날도 찾고 그리고 초하루 보름의 아름다운 달도 바라보며 한껏 살아보자는 마음이다. 소유한 물질의 크고 작음이야 어찌할 수 없을 때가 있지만 하얀 설날아침과의 대화를 꽃밭을 거닐 듯 해볼 일이다.

누구나 저마다 기억해 내는 설날이 있으리라. 그때는 칼날 같은 가난함과 못 삼킬 것 같았던 어려움도 한 방에서 더 따뜻해지려고 한 이불아래 두발들을 모아 이야기 나누던 형제자매들의 설날이 있었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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