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익수 소장 |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유난히 조직에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다. 회의 주제나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팀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거나, 토론이 미숙해서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개인 능력이 뛰어나도 조직에서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회사에서 사무직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텍스트를 다루는 일이다. 업무 보고서, 회의록, 출장 보고서, 제안서 등을 작성하거나 이것을 읽고 의사결정을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텍스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추론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의 유무는 생산성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텍스트 작성과 문해력이 부족하면 업무 파악이 잘 안될 것이고, 요약 능력이 부족하면 보고하고 소통하는 것이 힘들게 된다.
회사 업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직원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학위나 자격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텍스트를 잘 이해하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일들은 대부분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함께 일하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춘 인재가 각광을 받는다.
직원들의 생산성 차이는 어디서 나타날까? < 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의 저자 김재원 박사는 직원들의 생산성은 결과적으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과 요약 능력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문해력은 단순히 단어와 문장을 해독하는 것을 넘어 복잡한 텍스트를 읽고 그것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이다. OECD는 나라별로 성인 문해력 평가(PLAAC)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평가항목은 문해력, 수리능력,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 등 세 가지 영역이다.
그 이유는 이 세 가지 능력이 생산성과 직결되고, 21세기 인재로서 꼭 갖추어야 할 능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력은 어느 정도나 일까? 우리나라 학생의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성인들의 문해력은 안타깝게도 2등급 수준으로 OECD 평균 수준이다.
2등급이란 좀 복잡한 문장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토론도 쉽지 않은 수준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의 원인을 독서량의 차이로 보는 견해가 많다. 2015년도 우리나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학생은 연평균 20권, 고등학생은 8.9권, 성인은 연간 9.1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30-40대의 문해력은 20대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문해력 평가 결과 3.5등급으로 OECD 상위 수준인 일본은 성인 연간 독서량이 약 30권으로 우리나라의 3.5배 수준이다.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부시 대통령,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 등 많은 출중한 인재를 배출한 미국 최고의 명문고, 필립스 아카데미의 교육철학이다.
필립스 아카데미의 자랑거리는 ‘하크네스 테이블’이라고 불리는 큰 원탁형 테이블에서 이루어지는 토론 수업과, 15만 권 이상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이다. 학생들이 많은 책을 읽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고하고 토론하는 ‘하크네스 수업’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인성을 갖춘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정해진 교과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각자의 재능이 꽃 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독서는 문해력을 향상시켜줄 뿐만 아니라 창의성을 발휘하는 많은 재료를 머릿속에 심을 수 있고, 여러 분야의 책을 접하면서 지적 겸손 또한 얻을 수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똑같은 것을 배우고, 똑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봐서 정답만을 찾는데 능한 정답형 지식 엘리트가 아니라, 문해력, 수리능력, 기술적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고 남을 배려하고 협업할줄 아는 인성과 창의성을 가진 인재다. 사무생산성의 기본이 되는 툴은 결국 토론식 교육과 꾸준한 독서다.
한익수 소장 mr@gimp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