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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떡 시루 나르듯이”

기사승인 2018.10.10  16: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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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봉 대표이사

누군가가 대화 중에 언급한 “뜨거운 떡 시루 나르듯이”그 말 한마디가 귓가를 때렸다.
뜨거운 떡시루를 나른다는 상상을 해보면 정말 그림이 그려진다. 떡시루가 뜨겁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빠르게 날라야 하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정성은 또 얼마나 중요한가! 어쩌면 무거운 떡 시루를 잡은 순간 잠시 숨을 멈추어야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실수 없이 옮기고자 하는 곳에 놓아야 하니 말이다.

여러 가지 마음과 뜻이 담긴 말이다. 우리의 삶은 참 알 수 없는 영역 투성이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인생을 살면서 만난 누군가 한마디씩 아로새겨진 자기만의 언어를 토해 낼 때 그것은 단지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아닌 무게가 실리게 된다.

살아갈수록 계량화되어서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삶이다.
열심히 산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뜨거운 떡시루 나르듯이 살았다”고.
그리고 저마다 사람들은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마음의 언어 한 줄을 낳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요즘은 최선을 다한 인생 1모작이후 인생 2모작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모작의 인생을 사는 이들은 자신이 정한 시간에 다시 용감하게 새로운 인생의 길로 나서기도 한다.

57세에 퇴직하면서 산골생활을 시작했다는 부부를 만나보니 71세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밝고 젊어 보여 정말 깜짝 놀랐다. “도시를 떠나니 더 이상 안 늙나봐요”라고 담담한 웃음으로 대하는 그 부부는 산골의 맑은 물과 컨테이너이동식공간에서 큰 앞산과 강물을 보며 살고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어도 아직도 어떤 감명깊은 영화를 보고 온 것보다 더 큰 울림과 평화로운 장면이 생생하게 남았다.
휘황찬란한 도시를 벗어나 아침이면 밝아오고 저녁이면 완벽하게 검은 빛이 주는 단순한 평화로 사는 삶이리라!

흐르는 구름과 달빛을 친구 삼고 또 하나의 삶을 얻은 듯이 느껴졌다.
한 쪽을 포기한 사람이 얻는 복도 있다. 삶도 사람도 인연과 흐름이 있다고 느껴진다.

그렇게 흘러갈 수 있고 순응하며 사는 삶을 사는 이들은 눈빛이 참 곱고 순하다.
반면, 도시의 삶은 ‘완벽한 어둠이 주는 힘’을 모른다. 밤이고 낮이고 환한 빛에 취한다.

숙면이 주는 에너지보다는 늘 깨어서 쫓기고 여러 정황에 점령당한다.
어떤 이들은 오히려 고요하면 잠이 안 온다고 리시버를 귀에 꽂고서야 잠이 든다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모두 “이기라”고 한다. “성공하라”고도 누군가 채찍질하는 듯 쫓기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 여유가 없어지니 나를 돌볼 마음조차 궁색하게 되니 남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에너지는 바닥이 난다.

살다보면 크게 눈 한번 돌려보면 좋겠다. 자신의 자리에서 이동해 보면 다르게 사는 삶의 향기가 주는 힘을 얻을 수도 있다.
꼭 그렇게 살 수는 없어도 자신의 삶에 환기가 필요할 때 다른 이들의 삶을 돌아보면서 자신에게 오는 힘이 된다. 

인생이란 계량컵으로 잰듯이 결코 살아지지 않는다.
때로는 다른 한 쪽을 양보해야 될 수도 있고 내가 아무리 잘해도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연대책임을 져야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가족도 그렇고 조직이나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한쪽이 온 힘을 다한 헌신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것을 넘어서는 조직의 힘으로 진보해 나가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함께 가다가 다시 또 언젠가는 홀로 자신 앞에 단독자로 서야 할 때가 있으리라!
며칠 전 네 식구가 모두 각처에서 살고 잠을 자고 있는 순간에 있어 보았다.

“함께”라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 같았던 가족들이 이제는 각자 자신의 처소에서 살거나 잠을 청하는구나 생각을 하니 여러 감회가 밀려왔다.마구 달려온 시간들은 마치 “뜨거운 떡시루를 나르듯이” 그렇게 분주하고 뜨거운 날들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시간들을 건너고 나니 다시 홀로의 시간이 주어진다.
며칠 후 멀리 지방까지 혼자 다녀서 귀가한 남편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오랫동안 아파서 잘 걷지 못하기도 하고 1미터 이내에서 엄호하듯이 살았는데 혼자서 지방을 다녀오다니 이제 한 고개 넘어선 것이라 여겨진다.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과 공간의 유한함을 충분히 느낀 후, 남다른 느낌이 밀려왔다.

‘뜨거운 떡시루를 날르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날은 살아있는 날이다
정성껏 다시 떡시루를 날라보자’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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