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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은 늘 설레임이었다

기사승인 2020.01.22  16: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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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봉 대표이사

2009년부터 쓰고 있는 컴퓨터를 지금도 쓰고 있다.
대부분이 글을 쓰고 저장하고 보내는 일이다. AI로 대변되는 엄청난 변화가 세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역시 컴퓨터 자판 앞에 앉아서 글을 쓰는 일은 가장 행복한 일중의 하나의 행복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글을 쓰려고 앉아 있으면 어떤 설레임 같은 것이 밀려온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런데 글로 남겨진 것들은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볼 기회가 있다.
그런 기회가 되면 그때의 생각과 전혀 다른 사람인 듯 새롭게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것 또한 설레임이다. 다시 마주하면서 가지게 되는 설레임은 자신과 세상을 다시 살게 하는 힘이다.

우리의 몸도 마음도 흘러가는 것임을 명확하게 알게 된다. 나이가 든다고 더 깊숙해지는 것만도 아니고 젊다고 해서 마냥 철이 없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설레임이 있는 한 큰 복이 아닐까!

이제 곧 설날이다. 설날을 맞이할 때마다, 어릴 적 고향 풍경에 가 닿는다. 마치 코 끝에서 그 고향의 냄새가 나는 듯하고, 어릴 적 고향에서 먹던 큰 집의 떡국 맛이 혀 끝에 닿는 듯한 그 회상의 현실성을 어떻게 다 글로 담을 수가 있을까!

하얀 행주치마를 치고 언제나 너그러웠던 큰 어머니는 기억만 해도 사람은 그렇게 살아야 함을 마주한다. 생각만으로도 풍성해지는 어릴 적 기억들의 저장고에서 평생 물을 길어올리듯 그렇게 정성과 간절함을 나누어 받으며 삶을 살게 되는 고마움과 기억의 유산.

비록 양말 한 켤레를 설 빔으로 받아도 고맙기만 했던 그 길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가난하지 않은 사랑과 아낌없이 받았던 가족과의 애뜻한 설날을 추억한다. 그리고 그 어린 날의 가슴에 새겨졌던 그 설날의 설레임을 잊지 않으려한다. 설날은 언제나 그렇게 신선한 설레임이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몰라도 큰 집, 친척집, 우리집을 뱅글뱅글 뛰어다니며 즐거웠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웃음도 나고 그리워서 눈물도 난다.

분명 현재에도 살지만 어느 순간, 오랜 추억의 기억창고의 문을 열면 그곳에서 삶의 진한 향기를 만나고 건지며 그 설레임의 힘으로도 사는 것이 아닐까!

어제에도 살고 미래에도 살고 더 먼 미래에는 우리의 아이들의 기억 속에 또 살아남아 스토리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온갖 과일나무가 주렁주렁했던 큰 집을 뛰어들어가면서 ‘큰 아버지’‘큰 엄마’라고 외치던 추억, 상을 정성껏 차리고 떡국을 끓여주셨던 큰 어머니, 아버지, 어머니도 안 계신지 오래인 설날을 이제 또 한해 어머니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다시 마주한다.

마음은 아직도 어린데 60고개를 넘어서고 등 짝이 넓어진 아이들 앞에 서서 의연한 모습을 잃어버리면 안 되는 어른이라니! 자식 앞에 서면 아무리 힘들고 작아져가는 자신도 추스릴 수 밖에 없고, 바로 서려고 온갖 힘으로 살아내게 되는 것이 부모가 아닐까! 그래도 부족하고 부끄러움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아직도 엄마 속에는 아이가 살고 있다”고, 나의 어설픔을 고백한다.
서른의 나이의 아이들에게 어떤 풍성함, 혹은 따뜻함과 애뜻함으로 기억되고 훗날에도 그렇게 고스란히 느껴질 설날이 되면 좋겠다. 변화 많은 세상을 적응해 가면서 지쳤던 몸과 마음이 사랑과 평화 그리고 가족이라는 연대, 다시 본래의 품으로 돌아가 회복되는 그 설날의 온전한 힘이라는 것이 있다.

그냥 쉬는 날이 아니라, 아이들이 더 나이가 들어가고 어른이 되어도 기억에서 길어 올려 물 한 바가지 먹고 힘을 낼 수 있는 설날의 추억이 되면 얼마나 좋으랴!

되돌아보면 설레임과 그리움도 많다. 설날부터 시작된 앞날에도 가고 싶고 도달하고 싶은 곳이 있어 날마다 설레임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경자년의 설레임을 기대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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