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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집 [1]

기사승인 2020.02.19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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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내 버둥댄 세 다리에 켜켜이 쌓인 거절무뚝뚝한 대문을 가린 어둠은 무수히 긁힌 내 얼굴도 가린다뭉텅낡은 가방에서 튀어나온 허기가 벨을 누른다“보험입니다.” 끌려온 목발을 보며 말없이 물을 건네는 여자가벼워질 테야눈물이 붐비는 핏줄 따위 씻어버릴 테야벼락 맞은 대추나무 도장이 등짝에 꽂힌 날탈탈 털어버려 움퍽 패인 못 자국만 남은 거실 벽에 여자의 물컹한 슬픔이 걸려있다남편이 종신보험이었던 여자실효되고 마침내 해지된 여자깨금발로 파닥거리는 여자에게 수년째 세상길을 휘저은 목발을 건넨다다리를 하나 더 가져요. 

  헐렁해진 옆구리로 목젖에 걸린 말이 들숨으로 기어든다.

 

[작가프로필]

전문 MC/ (전)김포문인협회 회장/ (현)김포문화재단 이사/ (현)김포예총 수석부회장/ (현)김포시낭송협회 대표

 

[시향詩香]

때로는 다른 사람보다 조금 바보스럽다고 여기는 것이 더 행복일 수 있다. 우리가 무슨 수로 행복의 무게를 달 수 있으며 생의 년 수를 계수할 수 있을까? 살이가 다 보험인 셈이다. 그 보험은 성실과 정직, 그리고 유순한 성품이다. 보장성도 있지만 거반 소모성이다. 보장성은 사랑을 담보로 한다. 하지만 최고의 담보도 심한 멀미를 앓는다. 그래서일까 파뿌리가 되도록 평생을 보장해야 할 종신보험도 제아무리 단단한 대추나무에 새긴 하트문양도 마른천둥만으로 너무 쉽게 금이 간다. 기어들 듯 들숨마저 허허한 그 ‘여자의 집’, 싼 시계를 샀다고 시간이 싼 것이 아닌 것처럼 여자는 세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프로였다. 프로는 무엇에 상관없이 익숙하지 않은 그 어떤 것까지도 자기를 담보로 승부를 건다. 사과 한 알로 세상을 바꾼 것처럼

글 : 송병호 [시인]

이재영 시인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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