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내 버둥댄 세 다리에 켜켜이 쌓인 거절. 무뚝뚝한 대문을 가린 어둠은 무수히 긁힌 내 얼굴도 가린다. 뭉텅, 낡은 가방에서 튀어나온 허기가 벨을 누른다. “보험입니다.” 끌려온 목발을 보며 말없이 물을 건네는 여자. 가벼워질 테야. 눈물이 붐비는 핏줄 따위 씻어버릴 테야. 벼락 맞은 대추나무 도장이 등짝에 꽂힌 날, 탈탈 털어버려 움퍽 패인 못 자국만 남은 거실 벽에 여자의 물컹한 슬픔이 걸려있다. 남편이 종신보험이었던 여자. 실효되고 마침내 해지된 여자. 깨금발로 파닥거리는 여자에게 수년째 세상길을 휘저은 목발을 건넨다. 다리를 하나 더 가져요.
헐렁해진 옆구리로 목젖에 걸린 말이 들숨으로 기어든다.
[작가프로필]
전문 MC/ (전)김포문인협회 회장/ (현)김포문화재단 이사/ (현)김포예총 수석부회장/ (현)김포시낭송협회 대표
[시향詩香]
때로는 다른 사람보다 조금 바보스럽다고 여기는 것이 더 행복일 수 있다. 우리가 무슨 수로 행복의 무게를 달 수 있으며 생의 년 수를 계수할 수 있을까? 살이가 다 보험인 셈이다. 그 보험은 성실과 정직, 그리고 유순한 성품이다. 보장성도 있지만 거반 소모성이다. 보장성은 사랑을 담보로 한다. 하지만 최고의 담보도 심한 멀미를 앓는다. 그래서일까 파뿌리가 되도록 평생을 보장해야 할 종신보험도 제아무리 단단한 대추나무에 새긴 하트문양도 마른천둥만으로 너무 쉽게 금이 간다. 기어들 듯 들숨마저 허허한 그 ‘여자의 집’, 싼 시계를 샀다고 시간이 싼 것이 아닌 것처럼 여자는 세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프로였다. 프로는 무엇에 상관없이 익숙하지 않은 그 어떤 것까지도 자기를 담보로 승부를 건다. 사과 한 알로 세상을 바꾼 것처럼
글 : 송병호 [시인]
이재영 시인 mr@gimp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