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setNet1_2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습작

기사승인 2020.05.27  10:19:31

공유
default_news_ad2

                     습작
                                                            신혜순

풀숲에 내려앉은 서리가 바지 밑단을
슬며시 적셔놓는 심술을 부린다
파란 불을 켠 길고양이
큰 눈을 희번덕거려 크게 원을 그리며 빙빙돈다
밤을 하얗게 새워도 나오지 않던 생각들이 간간이 기어 나오지만
툭툭 떨어지고, 걸음만 방해한다
들숨은 찬 공기를 밀어 몸 구석구석 실핏줄이 길을 찾다보면
탁 터지는 언어를 기대하지만 자꾸 행간은 엉키고 만다
화려하지 않고 진솔하게, 내 생각을 버리고
타인을 대하듯 무심하게 큰가지를 끝까지 잃지 않은,
생선가시가 살아 있듯이 또렷하게 살려내야 하는
섬세하고 세련된 사유하나 찾을 수가 없다
 
몇 시간째 허공에 버무린 문장 한 줄
 
[작가프로필]
김포문인협회회원, 김포문예대학 시창작과정 16-20기를 수료했다. [김포문학] [글샘] 등에 작품을 발표,  [달시] 동인
 
[시향詩香]
같은 언어도 시인의 손에 붙들리면 낯선 듯 친숙한 작품이라는 형태로 태어난다. 그래서 새로 태어난 언어는 예측을 불허한다. 작가는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라도 황무지를 일궈내 새 언어를 캐내려는 고된 노동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이렇듯 애쓴 고뇌가 역력하다. 어쩌면 방향도 알 수 없는 첫 줄을 써놓고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십 개의 문장(생각)이 겹쳐질 때마다 생각(사유)을 쥐어짜보지만 산만하고 복잡하다. 하여도 걸어가야 할 길의 방향을 읽고 있음을 암시한다. 난해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진솔한 자기를 들어내 보이려고 습작한다. 연습이라고 하자. 그러하듯 살아가는 우리네 삶도 연습이며 습작이 아닐까? 결국엔 삶도 작품도 밑줄만 치다 만 한 줄 문장인 것을,
글 : 송병호 [목사/시인]

신혜순 시인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setNet2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