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시선
목명균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의 손에 시선이 닿자 그 손을 이루고 있는 세포 하나하나가 놀랍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세포로 이루어진 눈동자가 내 눈동자를 쳐다보고, 어떠한 생각과 마음을 담아 전달한다는 것이 경이롭다. 그것은 목소리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움직임이기도 한데, 물리적인 어떠한 것 없이 전해져 온다. 또 어떤 날은 글자마저 신비롭다. 한 지면 안에 글씨를 쓴 사람의 이름과 나의 이름이 함께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것은 따로따로 적혀있는 것과는 크게 달랐다. 몇 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그 페이지는 오묘했다. 너의 이름은 어디에서부터 왔으며, 나의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것은 너를 뜻하는 글자가 되었고, 이것은 수없이 봐오던 나인데 어째서 이렇게 생소하고 신기한 그림처럼 보이는 것일까. 내 노력 없이 존재하는 것들이 나에게 와서 닿을 때, 나는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작가프로필]
2020 [김포문학] 신인문학상(수필) 수상으로 등단했다.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학 박사과정 수료, 2020 [세명일보] 신춘문예 가작 당선, 김포문인협회 회원.
[시향詩香]
도널드 브라운은 그의 책 ‘인간의 보편성’에서 인류의 공통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로 400가지 넘게 소개하고 있다. 물론 감정도 시선도 포함한다. “감정의 시선.” 수필 같고, 산문시 같은 작품에 감정의 시선을 어느 쪽에 둬야할지, 살짝 웃는다. 생각하고 상상하고 그려보는 재미, 거기다 낯선 듯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과 마주하는 독자는 행운이다. 그런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은 가장먼저 ‘시선’과 맞닥뜨린다. 작가는 ‘나’를 바라본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세포’라는 발현은 그야말로 신선하고 ‘오묘’하다. ‘경이롭다’ ‘신비롭’고 ‘생소하고 신기’하다. 이 모든 대상이 한 통속에서 공존한다. 어쩌면 “그것들”은 내 비밀지도에 숨겨진 자아들로 “한참을 들여다”바라봄으로서 시대적 문체로 태어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공감하고 훗날 여러 시선을 한데 모으는 작가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그만큼 새로 생산될 작품들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글 : 송병호 (시인/문학평론가)
목명균 mr@gimpo.com